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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 젊기에 고민이 즐겁다. by 하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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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17 [습작] 아침일상

[습작] 아침일상

오늘도 변함없이, 이번엔 반드시 일어나리라 다짐했던 5시반을 훌쩍 넘긴 8시쯤에야 눈을 떴다.. 늘 새벽 두세시쯤에나 잠에 들었던터라 기상시간도 늘 그만큼이나 늦었던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새벽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려고 일찍 잔다고 잔게 밤11시.. 잠이 안와서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이 들어도 왠일인지 한두번은 계속 잠에서 깼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8시는 넘겨야 제대로 잠이 깨는 게 이제는 너무 싫다. 어쨌든 이런 스스로와의 싸움도 일주일째.. 질 수는 없지.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할까..

대학에서의 첫번째 방학, 그 긴긴 방학도 끝나고 이제 출근전쟁에 동참해야하는 내 처지를 비관하며, 학교로 가는 전철을 탔다. 오늘도 꽉꽉 들어찼군..

아직까지도 여름의 더위가 그 기세를 거두지 않고 기승을 부린다.. 듣자하니 올 가을은 유난히 덥다가 갑자기 겨울에 그 자리를 내어줄 예정이라던데.. 배알도 없는 가을 같으니라고.. 괜히 투덜거리며 가방 어깨 끈을 고쳐매고는 지하철 안의 승객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방학 때는 한가로운 대낮에 전철을 타곤 했기에 이것저것 물건 파는 분들이 여유롭게 오갈 수 있었는데.. 이런 콩나무 시루같은 전철에선 그런 것도 불가능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허허.. 왜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지...

".. 신촌, 신촌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

개강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난데다가 벌써 시침이 9시를 향해 부지런히 기어가고 있었기에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대학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내렸다. 헐.. 이왕 늦은 거... 난 그냥 천천히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천천히 걷다 보면 아침 공기도 그렇거니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아침 하늘은 상당히 상쾌하다. 거기에 저마다 잠이 덜 깬듯 총총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얼굴도 아침의 생생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주머니엔 두 손을 집어 넣고 정면보다는 좌우를 그리고 때로는 하늘을 쳐다보며 걷다보니 어느 덧 정문 앞 횡단보도.

그러고보니 아침을 못먹었네. 헤에...  정작 집에서 나올 때는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횡단보도 앞의 토스트 아저씨를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아저씨.. 토스트 하나만 주세요.."

나는 특별히 맛있게 해달라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 나는 토스트를 받아 들고는 약간 꾸깃해진 천원짜리 한 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아저씨께 드렸다. 마침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면서 신호음이 경쾌하게 귀를 간지럽혔고 이내 받아들었던 토스트를 한입 덥석 베어 물며 뒤돌아서다가 그만 누군가와 쿵!! 부딪히고 말았다. 덕분에 내 얼굴은 토스트를쥐고 있던 오른손과 퍽.. 손 안에 있던 토스트까지 얼굴 가득 범벅이 되어버렸다. 난 얼떨결에 아무 말도 못하고 상대방을 바라봤는데.. 왠걸... 제법 덩치 좋은 아가씨가 좀 미안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서 있는 게 아닌가..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횡단보도의 신호는 끝나버렸다. 딴에는 미안했는지 건네는 말이 가관이다..

"미..미안해요... 토스트..는 제가 다시 사드릴께요... "

헉.. 이 마당에 토스트가 문젠가.. 이 아가씨야... 얼굴에 안경하며.. 온통 기름, 케찹 투성이다.. 토스트 아저씨도 상당히 무안하셨는지 화장지를 건네 주셨다. 그렇게 대충 응급처치를 하고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아가씨에게 말을 건넸다.

"뭐.. 됐어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제대로 못보고 부딪힌 저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니까요.."

속으로는 한 입 베어물었던 것까지 토스트의 비명에 입맛을 다시며 울음을 삼켰지만, 남자인지라 겉으로 보기에는 너그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곧 다시 신호가 바뀐지라 대충 인사하고는 학교로 향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도서관으로 내달려 찾은 곳은 역시 화장실.. 것도 비누가 있는... 하핫..
급한데로 응급처치는 잘 했는지 그냥 봐서는 별로 표가 안났다. 다행일세.. 휴우.. 상쾌한 아침에 벌어진 어이없는 일들을 되새기며 그 날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까르르..'

화장실 밖에서 들려오는 웃음 소리가 왠지 씁쓸했다.





"봤어? 봤어?? 아까 나하고 부딪힌 그 애 말이야..."
"푸하하!!! 나도 봤어~* 근데 디게 착해보이드라.. 얼굴에 온통 토스트를 처발라가지고.. 쿡쿡.. ^^; "
"야.. 그래도 너무 안됐드라... 화도 안내던 걸 머.."
"훗.. 그건 아마 너무 황당해서 그랬을꺼야.. 아니면..."
"아니면?"
"너의 그 미.모.에 당황했는지도 모르지.. "
"큭큭.. 푸하하~~~* "

도서관 로비에서 까르르 웃어제끼는 세 여학생.. 그녀들의 그런 돌출행동은 지나가던 선남선녀들에게 의아함을 선사했지만, 개강 후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냈다는 희열감 때문인지 그녀들만의 작은 소요는 잠깐동안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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