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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 젊기에 고민이 즐겁다. by 하늘치


비홍검류.

고려무사 비홍.

그는 송상(松商) 류대인에게 진 일전의 신세를 갚고자, 그의 지난한 청을 받아들여 류대인의 아들 류시안을 가르치게 된다. 그러던 차, 대식국(당,송대의 아라비아 지역을 다스렸던 사라센제국. 한때 중동지방에서 유럽까지 세력을 뻗쳤다.)과 교역로가 열리게 되었고, 류대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송(宋)나라와의 교역 문제로 류대인은 벽란도를 떠날 수 없었고, 대신 장성한 아들 류신안을 비홍과 함께 교역선을 책임지게 하여 떠나보낸다.

 한편 류대인의 사촌뻘이었던 류씨 가문의 문사, 류현은 조카의 대식국행(行) 소식을 듣고 함께 가기를 자처한다. 그는 개성에서도 손꼽히는 문장가였으나 어느 곳에 매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고려의 정계에 아직 발을 들이지 아니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먼 나라, 대식국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접했으니 마음이 동하지 아니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 류신안의 글 선생도 겸하고 있던 차, 그것을 핑계 삼아 류대인의 허락을 얻어내고 말았다.

허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류 가문의 집사였던 서원주, 서집사였다. 즉, 교역의 리(利)를 따져볼만한 사람으로 동참하게 된 것.

고려의 특산품을 실은 2척의 고려 교역선과 1척의 호위선, 그리고 대식국의 교역선 2척이 아침 안개를 헤치고 고려의 국제항, 벽란도를 떠나 대해로 멀어지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와도 같았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장려한 국제적인 교류였기에 한척에 불과하기는 하나 호위선이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사무역이 아닌 국가간의 공무역이 공식적으로 열린다는 것은 곧 동떨어진 두 문화간의 교류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류신안, 그리고 그에게 武를 가르치는 비홍과 文을 가르치는 류현이 함께 했다. 물론 서집사 역시 마찬가지..

첫 항해는 류대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그의 아들 신안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교역의 실질적인 부분을 담당했던 서집사에 비할 바는 아니었겠지만, 비홍과 류현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류현은 '대식국기행-사라센제국'을 남겼고, 비홍은 검을 맞대어 보지는 않았으나 다소 생소한 무기류와 도법을 경험한다. 한 번 맛을 본 사람만이 더욱 간절함을 갖는 법. 드디어 두 번째 교류가 성사되고, 이번에는 다른 송상들의 참여로 그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다. 류대인 역시 가문의 흥망을 걸고 재차 교역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생각지 않은 늦둥이를 보게 되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예전 그대로 교역 책임자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첫 교역부터 이미 왜의 해적과 동남아의 해적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던 차, 황해의 남쪽 끄트머리를 지날 즈음 왜구로부터의 공격을 받게 되지만, 생각보다 적은 피해만을 남기고 격퇴한다. 이 때 비홍의 검술이 약간 빛을 발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이는 없었다. 단지 고려 최고의 문장가 류현만이 고개를 갸우뚱 할 뿐..

별 피해 없이 동남해를 지나던 중 결국 또 다른 대규모 해적들과 조우하게 되고, 이 때 대식국의 배 한 척과, 고려의 선박 세 척이 파손된다. 사고가 없었다면 호위선 역시 교역선의 역할을 했을 것이지만, 본 교역선을 보호하기 위해 앞섰던 호위선이 집중 공격을 받아 그 중 2척과 고려의 교역선 한 척, 대식국의 교역선 한 척이 완파 내지는 부분적으로 손상을 입어 항해가 어려워진다. 이 때에도 비홍의 검술은 빛을 발한다.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만큼 큰 활약을 펼쳤던 것.

가까스로 도착한 대식국. 그러나 환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류신안 일행을 포함한 대선단은 대식국의 국제항에 들어서자마자 알게 된다. 즉, 사라센 제국 전체에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던 것.

한 가문의 집사답게, 서집사는 서둘러 고려의 특산물을 처분하고 바로 구입할 수 있었던 대식국의 특산물만을 구입, 항을 떠나고자 한다. 류가家 의 일행 모두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정을 피부에 닿게 느끼고 있던 터라 교역 업무가 아니면 바깥 출입도 삼가고 있던 도중에 사고가 터진다. 류 송상의 일꾼들과 사라센 국제 항구의 깡패간에 분쟁이 벌어진 것. 다행히 일행의 교역선이 근처에 있었고, 비홍이 있었기에 피가 흐르는 참극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당장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린다. 그리고 비홍은 싸움을 말리는 도중 자신을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배로 돌아가버리고..

이튿날 모든 일정을 끝내고서 아침 일찍 고려의 교역선들은 출항에 나선다. 올 때와는 달리 대식국의 호위는 단 한 척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서지도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고려의 호위선에서는 각 교역선에 최고속도로 항해할 것을 신호한다. 불행히도 사라센 제국의 영해를 벗어난 지 오래지 않아 대규모의 해적선을 마주하게 되고..

바람과 해류에 유리했던 고려의 교역선은 그대로 강행돌파를 감행한다. 적지 않은 피해를 입으며 이틀간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가 그만 밤이 되어 더욱 거칠어진 바다, 곧 태풍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된다. 만신창이가 된 교역선의 대부분은 그만 침몰해 버리고, 비홍이 타고 있던 배만이 선장의 놀라운 항해술로 가까스로 육지에 가까이 가지만 그만 암초에 좌초되어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다가 새벽녘에 그만 그 배마저 침몰해버린다. 하지만 다행히 성난 파도의 거친 물결은 점차 가라앉아 대부분 나무조각을 의지해 육지에 닿는다.

가까스로 도착한 해변, 기력이 다해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곧 원주민들에 의해 둘러싸이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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