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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루피/교회와 신앙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

by 하늘치 하늘치 2007. 10. 20.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

1.
제가 살던 동네에는 교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옆마을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도 마을 회관을 빌려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그토록 소원하던 교회까지도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던, 1985년의 일이었습니다.

새롭게 건축할 교회는 우리 마을 어디에서도 보임직한, 신작로 위에 있으면서도 산 아래에 있는 유일한 위치의 건물이 될 터였죠. 그런데 지붕만 얹으면 마무리 될 듯 했던 교회 건축은 곧 난관에 봉착합니다. 바로 땅 주인의 '교회 불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짓던 교회를 다시 부쉈더랬죠.. 오랜만에 아버지의 사진첩을 들춰보았는데 당시 '성전 건축' 과정에서의 마음을, 아버지는 이렇게 표현하셨더군요.

"우리는 진실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성전을 건축하고자 했으나, 하나님 보시기에는 합당치 못했던 것이었나 보다. "

"많은 수고와 땀은 흘렸지만, 성전은 인간의 생각과 계획, 물질로만은 세울 수 없어, 하나님 인정하실 만한 기도와 정성이.."

"보다 아름답게 성전을 재건코자 하심의 뜻이 하나님께 있으신가. "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주의 종이 거처할 처소는 준비하셨다. 주택을 완공하고 회관에서 전도사님이 옮겨 오신 날. 1985. 9. 2"

뭐, 결국은 그 맞은 편 밭에 다시 교회를 지었습니다만, 당시 교회를 지으시던 집사님들과 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성벽을 재건하던 느헤미야의 마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땐 제가 너무 어려서 교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같은 건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네요.

2.
언제부터인지, 교회에 가는 길이 기쁘기보다는 부담스럽고 별 감흥도 없는 상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교회가 성도들의 모임이기도 합니다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임을 은연 중에 우선시하고 있던 어느 순간,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교회의 모든 사람들은 저와는 다른, 신앙의 확신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자신은 그렇지 못한데 말이죠. 그러다보니 함께 교회 안에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 3주정도 성가대에 빠져가며 예배만 드리고 집으로 횡하니 가버렸던 것이 그러한 연유였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려나'라는 고민과 함께 말이지요.

그러던 9월의 마지막 주는 마침 예수대학의 한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듣던 '구약개론'반은 시험을 치는 날이기도 했고요. 시험 문제를 읽고 책을 보며 답을 적어가던 그 순간, 그제서야 성전에 대한 바른 이해가 되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성전은 곧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기에 하나님의 영광으로 충만한 곳이며, 그렇기에 성전을 재건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영적)부흥'이라는 것이었죠.  게다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사야서를 통해서 말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보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라. 하나님의 열심을 보라.'

네, 이렇게 해야만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신 복음이 우리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열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믿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는 곳도 하나님의 임재가 있고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한 곳, 바로 하나님의 성전이구요.


3.
요즘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만.. 이전에는 교회를 청소할 때마다 자그마하게 부르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청소합시다. 내 아버지 집. 내 아버지 집. 내 아버지 집..'

옛날 복음성가 '함께 갑시다. 내 아버지 집, 참된 평화 있는 곳'의 가사만 살짝 바꾼 것이지요. 아무래도 청소는 하지 않으면서 그 자리만 채우고 이야기 꽃을 피우시던 분들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던 걸로 생각됩니다만.. 마음 한 켠으로는 제법 진실한, 그런 노래였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미흡하나마.. 거룩한, 하나님이 성전에 대한 몸과 마음의 표현이었다고 말이지요.

다시 한 번, 교회는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장소'로서의 개념이 아닌,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거룩한 집'이라는 뜻으로요. 저는 그렇게 마음을 다진 후에야 교회에 가는 발걸음이 다소 경건해집니다. 목사님을 통해 주실 말씀에 대한 기대에 부푼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지요.

저는 분명, 아직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아는 크리스챤의 다수가 그렇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바라고 기대하면서 또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지, 그 고민에 빠져 절망하는 힘 없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은 오로지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하신 약속을 이루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열심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 그 영광이 머무는 곳. 거룩한 곳, 하나님의 성전에 대한 마음을 진실하게 다잡아 봅니다.



2007년 10월 28일자 주보 원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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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Favicon of http://naro.tistory.com 신나로 2007.10.21 09:46

    냐하하하...
    너무 귀여운데요~?

    청소합시다~ 내아버지집~ 내아버지집~ 내아버지집~
    청소합시다~ 내아버지집~ 참된 사랑 있.는.곳. ㅋㅋㅋㅋㅋㅋ

    바로 밑 줄 읽기 전에 설마 그 노래 했는데, 딱 맞네요...
    그렇다고 성전을 부수다니... ㅠ_ㅠ

    예전 저희 교회는 짓던 중에...
    다른 교회에 넘어갔었지요... 너무 무리한 성전건축... ㅠ_ㅠ

    슬슬 교회가야겠군요.
    복된 주일되셔요 ^^
    답글

    • 신나로님도 주일 잘 보내셨는지요. ^^
      저는 이래저래 바쁘게 주말을 보냈답니다.
      어젠, 아니 오늘 새벽12가 넘어서야 버스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왔거든요..
      뭐, 기꺼운 마음으로 교회 동생을 도와주느라 그랬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어요. ㅋ
      좀 졸리기는 했지만... 하하핫~

  • Favicon of http://myjay.net myjay 2007.10.25 17:23

    "성전=교회"라는 등식은 조금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성령강림 이후에 '성전'은 '성령을 받은 성도들의 몸'이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몸된 교회'가 성전이 되는 것인데, 문제는 성전을 '물리적인 교회당', '예배당 건물'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교회당 건축의 논리에는 마치 교회당을 구약시대의 성전과 신학적으로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비롯될 때가 많은 듯 하다.
    교회 건물, 예배당은 거룩한 교회의 몸된 성도들이 모이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소로서 유용성이 있으나 교회 건물이나 예배당 자체를 신성시하고 하나님이 물리적으로 거하는 처소로 치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도 드는구나.
    물론 공동 사용 장소의 청소와 또 편의 시설의 구비 자체에 대한 봉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권장해야 할 일일테지만.^^
    답글

    • 성령강림 이후,로군요. 막연하게 신약시대 이후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형이 말하는 '교회'와 '성전'의 의미를 굳이 나누고 있지 않았다는 것도요.

      물론 외관상 건물로서의 교회와, 몸된 교회로서의 성전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꼭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야만 하는 건가요? 왜 이런 생각을 하냐면요.. '과연 구약시대 성전이 지녔던 의미를 현재의 교회당은 전혀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에요.

      물론, 역으로 '그런 점'을 들라고 한다면.. 성도들의 모임, 모임의 장소라고 밖에 할 수 없으려나요.

      요즘 크리스챤들은 교회, 예배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형 말처럼 '교회는 (성전이 아닌) 그저 건물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공적으로 예배드릴 장소가 없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우리 교회, 우리 예배당'을 지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감격스러움에 대해서 그것도 그저 건물이라고만 얘기할 수 있을까 싶어요. 자신의 몸이 '몸된 교회', 성전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어쩌면) 적지 않은 크리스챤들에게 던질 수 있는 작은 고민거리 정도는 되겠지요.. 이미 우리 몸의 '성전' 됨이 기정 사실이라면 말이에요..

      뭐, 어쨌든 저는 교회에 대해서도 구약시대 성전을 대하듯 하는 경건한 마음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하나님에 우선하는 마음이라면 절대 안되겠지만, 하나님의 임재하심은 사람의 몸에 국한되는 게 아니잖아요.

      쩝..

      이런 글을 적고 나면 늘 씁쓸해요.. '그러는 나는 뭐~ 잘한다고...'라는 생각이 늘 들거든요.

      학원에서도 시간은 참 잘가네요;

  • Favicon of http://myjay.net myjay 2007.10.25 20:13

    신약 시대에 와서 교회란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고 시인하는,
    그리고 성령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지.

    교회란 그러한 성도들 자체이지 어떤 상이나 건물,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지.
    문제는 건물에 투자하고 교회를 웅장하게 지은 후 그 곳 안에 있다고 해서
    어떤 신령한 기운을 받거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거겠지.
    한국 교회의 엄청난 규모의 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그런 사고에서 비롯된 것도 많고.

    관점의 차이일 수는 있겠지만
    나는 교회의 문제는 예배당을 소중히 여기고 크게 짓지 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의 영을 선물로 받은 성도 서로가 그러한 감동을 누리지 못하고,
    서로가 예수님을 한 머리로 모시고 있는
    유기적이고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천하만물을 통틀어 하나님이 자신의 고귀한 영을 불어 넣은 존재는 인간 뿐이니까.
    답글

    • 아뿔싸.. 늦었더군요;;

      형 댓글을 접하고 나서 글을 좀 수정해야겠다 싶었는데..
      귀찮음 반, 정신 없음 반, 플러스 피곤함;;에 떠밀려 오다 보니 벌써 토요일이네요; ㅡㅡ;

      처음엔 써 놓은 글이 그저 그랬는데, 지금 보니 영 부족해서 말이죠. 마음에 안들어요. ㅋ 이미 인쇄소에 넘어갔을 주보를 생각하니 쪼매 아쉽네요..

      ----------

      뭔가 제 생각을 적다가 그냥 비웁니다. 스스로 타이핑하면서도 '뭔 소리야?'라는 생각이;

      제 생각을 적는다는 거, 정말 힘드네요. 적다보니 변명글도 아니고, 반박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의한다는 글도 아닌 것이.. 우유부단함과 두리뭉실의 조합 같아서 쓰다 말았어요. 이건 아무래도.. 성격이 글에 나오는 듯;

      방금 부흥과 개혁사 홈페이지에서 '부족한 기독교 토론방'이랑 '옥성호의 교회&세상읽기'를 좀 읽었어요. 뭔가 속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는데 손에 잡히질 않네요. 성경을 바르게, 깊이,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정도?

  • Favicon of http://naro.tistory.com 신나로 2008.02.12 21:09

    안녕하세요? ㅋㅋ
    댓글알리미라는 기능을 엊그제 알고 다시 찾아왔어요 ^o^;;;

    전 교회 잘 다녀왔었답니다... 이후로도 쭉...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 근데, myjay님 어투가 너무 무섭네요 'ㅁ' 꺅ㅋ
    답글